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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 기타

[오버워치/레예모리] prelude on line

by 필묘Q 2020. 12. 21.

1. 본 글은 여성향입니다.
2. 블리자드 게임 오버워치 캐릭 가브리엘 레예스x잭 모리슨 커플입니다.
3. 단편입니다...(아마도)
4. 17' Vallentine 글

4. 안구테러에 의한 위자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이상의 조건에 혐오 혹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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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곤란하군.’

 난처한 표정을 지은 채 손 안 한 가득 선물상자를 안고서 금발의 군인이 단골 주점으로 향한다. 통칭 [땅굴]. 겉으로 드러난 간판은 존재하지 않으며 절대적인 중립을 자처하는 술집. [국가도 종족도 인지도도 그 어떤 것도 술 마시며 쉬는 것에 방해를 할 수 없다]를 모토로 하는 곳. 지금 같은 세상에 중립이란 말을 쓰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지만 반인 반기계의 주인장은 외견만큼이나 실력도 갖추고 있어 그런 몽상을 건달들에게 찌부러지지 않고 그런대로 유지시키는 중이다. 이곳에서 보고 듣는 것은 타언 무용이며 가게 내에서의 싸움은 즉시 퇴출조치에 두 번 다시 발을 디딜 수 없다. 이 같은 규칙 덕분에 어느 틈엔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주점에는 항상 사연 있는 자, 사연은 없어도 이름이 알려져 타인의 눈을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자, 인간세상이 궁금한 옴닉 등 인간, 인외人外를 불문하고 손님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현재 곤란해 하고 있는 남자, 잭 모리슨은 이름이 알려져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부류의 손님이었다.

 티로롱-.

 독특한 음색의 장식 벨 소리가 들리면 [땅굴]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난다. 손님에게는 가게에 도착했다는 신호, 주인에게는 손님이 왔다는 알림. 바 안쪽에서 1L들이 대형 맥주잔을 뽀득뽀득 닦고 있던 흑발의 주인이 잭을 알아보고 살짝 미간을 좁혔다.

  “여긴 파수꾼들 집합소가 아니야.”

 얼핏 들으면 조금 고음의 남자가 내는 것처럼 들리는 중성적인 목소리가 퉁명스레 날아들었다. 중립이란 명제를 표명하는 가게라서 일까 이 가게는 주인부터가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느낌을 준다.
 -잭이 알기로 일단은- 여자 마스터의 말에 가볍게 가게 안을 둘러보자 아니나다를까 가게 한 귀퉁이 구석에서 가브리엘과 아나가 자신을 향해 빙글빙글 웃고 있다. 조금 전까지 심정적으로 무겁던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잭은 곧장 전우들에게 향했다. 그들에게 향하는 도중의 테이블 들에 간간이 옴닉들이 보일 때면 양심이 찔리지만 [땅굴]의 특수성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못 본 척 한다. 언젠가 그들에게 총구를 향하게 될 날이 올까.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선물꾸러미들은 아가씨들로부터 얻어낸 전리품인가?”

 흑발 미인의 뒤틀린 칭찬에 금발 군인은 난처하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발렌타인이라고 여기저기서 들려주더군.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매사에 분명하게 의사를 표명하는 잭이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린 것은 그로서도 예상치 못할 만큼 많은 양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품에 안긴 꾸러미 외에도 사무실에 시시각각으로 도착하고 있을 것들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그래선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눈을 돌리고 싶어진다.
 발렌타인이라는 말에 선물 꾸러미의 내용물을 짐작한 두 동료의 표정에도 질린 기색이 서린다. 특히 가브리엘의 경우엔 당장이라도 앉아있는 의자를 뒤로 쭉 빼 가급적 [그것들]로부터 떨어져 있을 기세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속이 울렁거릴 거 같군.”
  “하하.. 너무 그러지 말라고. 사람들의 호의를 무시해선 안 되지 않겠어.”

 자신이 들고 있는 꾸러미들을 쳐다보며 국어책 읽는 수준으로 말하는 잭에게 동료들이 세모눈으로 쳐다본다. 그들의 시선에 머쓱함을 느낀 잭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감정을 대변하자 흑발의 미인이면서 그들이 속한 집단 누구보다 사격실력이 좋은 아나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쩔 거야? 그거.”
  “일단은 먹을 수 있는 데까지 먹고 나머지는 고아원에 기부할까 해.”
  “뭐, 제일 무난하네. 아참, 그건 그렇고..”

 삐빅.
 아나가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타이밍 좋게 호출기가 울었다. 본부로부터의 연락이다. 가브리엘이나 잭에겐 아무런 연락이 없었으니 오버워치 전체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아나 개인에게 용무가 있는 모양이다.

  “이거 참, 사람 너무 부려먹는 거 아냐, 사령관.”

 아나가 매혹적인 모양새를 지닌 입술을 삐죽이며 가볍게 가브리엘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진짜로 힐난하는 기색이 없는 만큼 까무잡잡한 피부의 건장한 사내도 피실 웃으며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사령관은 지금 휴식 중이야. 오프에서까지 일하진 않는다고. 불만을 말하고 싶다면 바다보다 깊고 넓은 네 인망을 탓해.”
  “이런이런, 무책임한 사령관이군.”

 질책을 가장한 농을 던지며 검은 머리 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지나가기 쉽게끔 한발 물러서자 아나가 싱긋 웃으며 잭이 안고 있는 꾸러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잘생긴 잭 아저씨가 귀여운 파리하에게 주는 발렌타인 초콜릿, 잘 받도록 하지.”

 뜬금없는 말에 파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가 이내 부드러이 웃었다.

  “응, 파리하에게 안부 전해줘.”
  “오냐.”

 제 아무리 일격필살의 명사수라도 자식 이야기엔 그저 팔불출 엄마로 돌아간다. 씨익 하고 자랑스러움과 어딘가 우월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남기고 초콜릿 선물상자를 인사 대신 흔들며 사라지는 여성 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 교대하듯 앉았다. 버번으로 보이는 액체가 담긴 술잔을 쥔 동료 겸 상사가 키득키득 웃었다.

  “인기가 너무 많은 것도 생각해 볼 문제야.”
  “게이브까지 비꼬는 거야?”
  “사실이잖아.”

 본시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면 다 즐거운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는 법이다. 곤란해 하는 잭을 보고 히죽거리는 가브리엘에게 속으로 중지를 들어주곤 한숨인지 코웃음인지 모를 탄식을 뱉었다. 그런 잭에게 여전히 놀리는 듯한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로 가브리엘이 말했다.

  “vs 옴닉 사태의 영웅 씨, 대중에게 사랑 받는다는 건 거대한 권력이 아군이라는 말과 상통해. 유용하게 쓰라고.”

 점점 높아져 가는 잭의 인지도가 상관인 가브리엘에게 달갑기만 한 상황은 아닐텐데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흔들림도 전해지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잭은 일말의 불안을 느끼면서 상사였고 현재는 연인인 자를 바라보았다. 가브리엘은 잭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인지 묵묵히 술을 제 입에 털어 넣는다.
 잠시 어색하게 침묵을 유지하다 금발 군인은 곧 마음을 정돈했다. 불확실한 일로 초조해하는 것보다 지금을 즐기자.

  “게이브.”
  “아아?”
  “처리하는 거 도와주지 않겠어? 이런저런 방법으로 말이지.”

 한쪽 눈을 찡끗하며 도발하듯 올라간 입술에는 천진함과 색기가 공존하고 있었다. 한 없이 어린아이 같지만 결코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은 아닌 잭 모리슨이란 남자의 양면성. 가끔 위태롭게도 보이는 아슬아슬함을 마주할 때면 가브리엘은 항상 등 뒤로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오싹함이 쓸어 내려가는 걸 느끼곤 했다.

  “다른 녀석들도 이런 너를 알아야 하는데.“
  “이런 나를 아는 건 게이브 뿐이면 충분해. 안 그래?”

 눈 앞에서는 산더미 같은 초콜릿 선물상자, 한 손에는 그것들 중 하나를 들고서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전우에게 이끌려 히스패닉계 미국인 사내도 미소와 함께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티로롱-, 티로롱-, 특이한 방울 소리가 잇달아 울린다. 오늘도 [땅굴]을 찾는 손님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여담이지만 아나가 가져간 초콜릿에 술이 들어 있어 결국 아나 혼자 먹었다고 한다. 파라하의 원망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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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풀기용 글이랄까.. 처음 쓰는 오버워치라서 인물 파악을 위해서 썼달까...
알려진 뒷배경이 거의 없어서 상상의 여지가 있는 건 좋은데 그 여지가 너무 넓어서 오히려 고민스럽네요.
가브리엘은 융통성 없는 엄격한 남자, 잭은 주관은 뚜렷하나 유연한 남자...정도로 생각하는데 어떨라나...-ㅅ-

제가 무지 좋아하는 존잘팀이 이 커플 좋아하신대서 조공으로 드린 글입니다. ㅎ_ㅎ
일단은 기타에 두고 글이 많아지면 따로 분리해서 나가야지...

댓글은 창작자의 힘이 됩니다! 'ㅅ')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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