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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 단편

[쿠로츠키] 늦은 밤

by 필묘Q 2020. 12. 16.

0. 17년도 글

1. 본 글은 여성향입니다.
2. 원작 쿠로오 테츠로x츠키시마 케이 커플입니다.
3. 120회 츠키른 전력 용으로 쓴 것입니다.
4. 1시간 동안 쓴 거라 오타, 맞춤법 실수, 괴랄한 문장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5. 안구테러에 의한 위자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6. 주제는 [자유주제-늦은밤] 입니다.

이상의 조건에 혐오 혹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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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오 테츠로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주위가 새카만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츠키시마와 밖에서 데이트하면서 밥 먹고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 들어와 한바탕 그를 품고, 씻어주다가 또 하고, 그렇게 마음 가고 몸 가는 대로 잔뜩 서로를 탐하다가 지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캄캄한 방안에 잠들지 않는 도시 야경이 희미하니 밝히는 가운데 검은 머리 청년은 부스스 상반신을 일으켰다. 조금 무리해서 잡은 고급 호텔답게 값비싼 감촉의 시트가 청년의 몸을 자못 아쉽다는 듯 어루만지며 미끄러져 내려간다.

  “응….”

 쿠로오의 옆에서 잠에 빠진 이가 인기척에 몸을 뒤척였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금 곤한 숨을 밭으며 잠에 빠져든다. 그가 깨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청년은 조심스레 침대에서 빠져 나와 호텔 가운을 들고 방 밖 부엌으로 향했다. 커피를 마실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그가 집은 건 핫초코였다. 커피는 자칫 밤을 새게 될까 싶었고 뭔가 따듯하면서 단 게 땡겼다. 밥도 잔뜩 먹었는데 역시 에너지 소모가 너무 격렬했었나. 잠들기 전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곤 저도 모르게 한쪽 입매가 히죽거리며 올라간다. 기분 좋은 소름이 우스르 돋는다.

 달칵-

 전기 포트가 물을 다 끓었다며 스위치를 내렸다. 슬금 새어 나오는 따스한 김이 핫초코를 넣은 컵에 부어지며 농도를 더하고 침실에 비해 확연히 차가운 공기 중에 단 내가 퍼진다.

  “…….”

 쿠로오는 핫초코가 든 잔을 들고 조용히 발코니로 나갔다. 12월 겨울 밤바람은 가운 하나로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갈색 눈동자에 아직도 잠들지 못한 몇몇 고층 빌딩 사무실과 도로의 가로등, 크리스마스와 신년맞이 용 일루미네이션들이 비친다. 목가적이라 할 수는 없어도 이 또한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딱히 대단한 한 해는 아니었고.
 딱히 좋았던 한 해도 아니었지만.
 딱히 나빴던 한 해도 아니었다.

 지금 제 손에는 몸을 안쪽까지 녹여주는 따듯한 핫초코가 들려있고, 침실에는 사랑하는 이가 꿈나라에 곤히 빠져있다. 그것만으로 뿌듯한 충실감이 차 올라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아아, 올 한 해도 잘 지냈어.

 라고.
 저도 모르게 히죽거리며 핫초코가 든 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입술이 닿자마자 스며드는 따뜻하고 달콤한 내음이 기분 좋다.

 드륵-

 발코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쿠로오의 등에 온기가 더해졌다.

  “응-.”

 아직 잠이 덜 깼는지 투정부리는 듯한 졸린 목소리와 함께 츠키시마가 쿠로오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나직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자 반쯤 감긴 연한 갈색 눈동자가 거기 있었다. 쿠로오처럼 가운을 찾지 못한 걸까? 아니면 가능한 밤 공기에 닿고 싶지 않았던 걸까. 시트로 돌돌 몸을 말아 마치 도롱이 벌레의 그것처럼 보이는 몰골로 검은 머리 청년보다 두 살 어린 이가 가만 물었다.

  “여기서 뭐 해요?”
  “음-, 그냥 바깥 구경?”
  “그게 뭐야. 하하, 안 추워요?”

 어딘가 응석 부리는 듯이 달라붙는 금발 청년으로 인해 물리적인 온기만이 아닌 마음의 온기를 느낀다.
 쿠로오가 뒤로 돌아 품 안에 츠키시마를 가두곤 대답했다.

  “아까도 그렇게 추웠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누구 씨 덕에 전혀 안 춥네.”

 쿠로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지 가늘게 휘어진 눈에 만족감이 어린다. 덩달아 쿠로오도 싱긋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내가 깨운 건가?”
  “아뇨, 그냥 문득 눈이 떠졌는데 테츠로가 없길래.”

 츠키시마의 말에 쿠로오는 반사적으로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몇 년이 지나도, 몇 번을 들어도 그가 자신을 이름으로 부를 때면 가슴 한 켠이 간질간질 해지면서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벌써 이십 몇 년을 쿠로오 테츠로로 살았건만 참으로 새삼스러운 일이다 싶으면서 필경 앞으로 몇 십 년을 살더라도 츠키시마가 제 이름을 부른다면 오늘과 같은 느낌을 받으리란 확신과도 같은 예감이 든다.
 쿠로오의 입맞춤에 츠키시마가 고개를 들어 자연스럽게 응하다가 떨어지며 키득 웃었다.

  “달아.”
  “핫초코 마시고 있었으니까.”

 별 거 아닌 대화인데 이상하게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금발 청년이 손을 뻗어 쿠로오의 손에 든 머그컵을 입에 대었다. 꼴깍. 청년의 목울대가 오르내린다. 하아, 한숨처럼 밭아진 그의 숨이 하얗고 달다. 이윽고 그가 한 번 더 쿠로오에게 입을 맞췄다. 쿠로오가 그러했듯 욕정이 아닌 애정이 담긴 짧은 입맞춤 후에 떨어지기 아쉽다는 듯 –그의 입술 움직임이 전부 전해질 정도로- 가까이에서 츠키시마가 속삭였다.

  “Happy New Year. 테츠로.”
  “Happy New Year. 케이.”

 도시의 대부분이 잠든 야심한 시각에 두 청년의 밤이 깊어져 가며 새로운 해가 밝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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