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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 단편

[쿠로츠키] 약속

by 필묘Q 2020. 12. 21.

1. 본 글은 여성향입니다.
2. 원작 쿠로오 테츠로x츠키시마 케이 커플입니다.
3. 124회 츠키른 전력 용으로 쓴 것입니다.
4. 1시간 동안 쓴 거라 오타, 맞춤법 실수, 괴랄한 문장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5. 안구테러에 의한 위자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6. 주제는 [약속] 입니다.

이상의 조건에 혐오 혹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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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빰 빰빠밤~
 익숙한 웨딩마치 음악과 함께 버진 로드를 걷는 순백의 드레스.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는 모두가 새신부의 행복을 바라..

  “크흡!! 시미즈 씨!!”
  “우리들의 여신님이!!”
  “니네, 시끄러. 부끄럽닷!!”

 바라는 거겠지?
 츠키시마의 서늘한 얼굴이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나도 여전한 선배들의 행동을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오늘은 카라스노 배구부 매니저였던 시미즈 키요코의 새 출발의 날.
 그를 계기로 뿔뿔이 흩어졌던 배구부들이 그야말로 몇 년 만에 일제히 모였다.
 몇몇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대부분이 생활과 등등의 이유로 연락이 끊어진 이들이었기에 이번 결혼식은 -본래 의미와는 다르겠지만- 어느새 카라스노 배구부 동창회도 겸하고 있었다. 다들 나이를 먹어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몸에 새기고 있었긴 해도 속은 그대로인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이끌려 츠키시마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즐거운 자리였다. 그래서 그만 피로연 석상에서 온갖 바보짓들과 음식들을 거덜 내고도 모자라 2차로 끌려간 노래방에서 부랴부랴 자리를 뜰 무렵엔 막차가 끊기기 전.
 전철역을 향해 뛰어가면서 시계를 바라보는 츠키시마의 눈에는 즐거운 날이 끝나는 아쉬움과 차를 놓칠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어지러이 휘날린다.

  “하아..”

 겨우 막차에 올라탄 다음에야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었던 정장 넥타이가 답답해 느슨하게 만들며 숨을 고른다. 고작 이정도 뛰었다고 숨이 턱에 차다니 역시 운동을 안 한지 너무 오래된 모양이다.
 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이 마치 세월의 속도처럼 느껴져 잔뜩 부풀어올랐던 기분이 소리 없이 가라앉는다.

  ‘어느새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네.’

 너무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던 세월의 흐름. 앞으로도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할 것을..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인가.”

 주례사가 말하던 것을 떠올리며 덜컹거리는 전철 창에 이마를 댄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를 차가운 무기질 덩어리가 식혀주길 바라면서 차창 밖 풍경에 무심한 시선을 던진다.

 

 

  “야아, 케이.”

 역사를 나서자 낯익은 목소리가 저를 부른다. 설마 하고 고개를 들었다가 생각했던 그 인물이라 놀란다.

  “쿠로오 씨. 일부러 마중 나온 겁니까?”
  “갑자기 편의점 푸딩이 먹고 싶었거든.”

 겸사겸사, 라며 손에 든 비닐봉지를 흔들어 보이는 검은 머리 남자. 하지만 츠키시마의 머리를 문질거리는 손 끝은 차갑다. 아무리 추운 계절이 아니라지만 제법 오래 바깥에 있었음이 틀림없어 괜스레 가슴이 수런거린다.

  “결혼식은 어땠어?”
  “좋았습니다. 시미즈 선배는 예뻤고요.”

 대답하며 집으로 향한다. 자연스레 쿠로오도 츠키시마의 옆에서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아-, 예전 카라스노 매니저랬지?”
  “예.”
  “카라스노 배구부 애들 울었던 거 아니냐?”
  “카라스노만이 아니라 네코마의 야마모토 씨도 대성통곡했었어요.”
  “게엑-, 그 놈도 간 거야?”

 뭐- 상상이 안 가는 건 아니네. 라며 키득거리는 쿠로오의 표정은 오랜만에 듣는 후배 소식에 즐거워 보인다. 좋아하는 사람이 웃는 것에 덩달아 츠키시마의 입꼬리도 위를 향한다.

  “주례사의 말은 낯간지러웠지만 선배가 행복해 보여서 좋았어요.”
  “주례사의 말? 아-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상대를 사랑하겠냐는 거?”

 두근-
 그만 펄떡 뛰어오른 심장소리를 그가 못 들었길 바라며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금발 청년의 바람대로 그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대신 장난스런 표정으로 짙은 색 눈을 반짝거렸다.

  “츳키도 듣고 싶어?”
  “그런 말 안 했습니다.”
  “응, 나도 안 할 거야.”

 너무나도 쌈박하게 돌아온 말에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두근-
 쿠로오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의심한 적 없기에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혹스러운데 이런 츠키시마의 술렁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쿠로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약속을 함으로써 지켜야만 하는 [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에..”
  “내가 케이 곁에 있는 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

 정말이지 이 사람은…,
 당해낼 수가 없다.

 어쩐지 눈시울이 뜨거워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본다.
 전철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가로등 불빛이 천천히 그들의 보폭을 따라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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