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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창이] 어느 한가로운 날

by 필묘Q 2020. 12. 25.

오래 전 글입니다
※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캐릭 박도원x박창이 CP 입니다
※ 원작 기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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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이 유리창 너머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붉은 비단 이불을 반쯤 걷어차고 자던 사내가 햇살의 시선을 눈치 채고 눈살을 찌푸렸다. 몸이 노곤하여 아직 일어나고 싶지 않다.
   침대 옆 네모난 탁자 위를 더듬거려 회중시계를 찾는다. 한참을 더듬다가 마침내 손끝에 닿은 차가운 금속 사슬의 감촉. 도원은 그것을 잡아챘다. 찰그랑 소리와 함께 작은 은색 회중시계가 손 안에 뛰어든다.

    찰칵.

   회중시계는 9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9시.. 아직 좀 더 누워있어도 되지 않나. 오늘은 쫓을 현상범도 없으니 딱히 할 일도 없다.
   도원은 깃털 베개 속에 목을 묻으며 습관처럼 손을 뻗어 그의 옆에서 자고 있는 또 다른 존재의 검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한 가닥 한 가닥은 빳빳한 편인데 전체적으로 쓰다듬으면 부드러운 것이, 언제 만져도 신기하다.

      “죽인다, 박도원.” 

   잠이 덜 깨인 목소리로 –도원에게 만져지던 자가- 웅얼대었다. 하지만 도원은 그의 머리카락 만지길 그만두지 않았다. 어차피 아침잠에 약한 녀석이라 본격적으로 정신 차리려면 빨라도 30분은 걸릴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박창이는 좀체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편이었고, 한번 들면 일어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녀석이었다. 물론, 총알 장전 소리에는 귀신같이 일어나지만.

      “.” 

   도원이 고개를 돌려 창이를 본다. 역시나 약간의 주름을 미간에 세우고 있는 것 외에는 조용하다.

      “.” 

   처음엔 까마귀 같은 녀석이라 생각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저 이렇게 평화롭게 잠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도원은 이 녀석 곁에 잠들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곡절들을 떠올리고는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어졌다.
   도원이 자신을 온갖 동물에 비교하고 있는 줄 전혀 모르는 채, 창이는 색색- 고른 숨을 내쉰다.

      “야, 박창이. 배 안 고프냐?” 

   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 그냥 도원 자신이 배가 출출해져 해본 소리다. 내려가 송이한테 밥 달라고 할까 생각하다가 눈살을 찌푸린다. 귀찮았다.
   햇살은 점점 높이 올라가고 바깥은 조용한 것이 참으로 한가롭기 그지없다. 

      “..응?” 

   도원의 옆에서 뭔가 반짝였다. 창이의 왼쪽에 달린 은 귀걸이 두개가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니 이놈도 그런 건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다.
   창이 쪽으로 상체를 기울여 이빨로 귀걸이 두개를 짤깍짤깍 부딪쳤다. 도원의 숨결도 귓가에 닿아서 조금 시끄러울 것이다. 

      “으..음-.”

   미간에 선 주름이 조금 더 깊어진다. 의도한 바가 적중하여 도원이 킬킬거리며 웃는다. 마침내 겨우 –그래봐야 한쪽뿐이지만- 갈색 눈이 열렸다. 대체 뭐가 이리도 단잠을 방해하는가..라는 표정으로 –한쪽- 눈알을 굴리더니 주범인 박도원을 발견하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심심하냐?”

   졸려서 반쯤 가라앉은 목소리로 노곤하게 묻는 창이에게 도원은 뭐, 조금..이라 대답한다.

      “!!!!!”

   갑자기 창이의 팔이 도원의 목을 끌어당겼다. 두 사내의 입술이 부딪힌다. 창이의 혀가 도원의 혀에 얽혀들었다. 격렬하다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드러운 것도 아닌 키스가 시작된다. 도원의 혀를 휘감아 잡아당겼다가 놓아주는가 싶더니 혀 아래로 파고들어 뿌리께를 건드려 자극한다.
   한동안 자극적인 키스가 계속되다가 시작만큼이나 급작스레 –창이의- 입이 떨어졌다. 아쉬움에 쫓아가려는 도원에게 창이가 말한다.

      “..좀 있다 놀아줄게.”
      “어?”
      “그래, 그래. 착하지.” 

   도원의 머리를 툭툭 쳐주고 도로 베개 속에 얼굴을 파묻는 창이였다. 이, 이봐?
   당혹해하며 도원이 창이에게 손을 뻗다가 다시금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에 멈칫했다. 설마, 이거.. 

      “잠꼬대 한 거냐?”
      “쿨.” 

   도원은 그만 푸핫- 하고 웃고 말았다. 어쩐지 저 박창이가 이렇게 고분고분 할 리 없다 생각했다. 웬일이냐, 박창이- 라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도원은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머리를 긁적이다 창이의 코를 살짝 비튼다.

      “이 자식아, 남 흥분시켜 놓고 저는 자냐? 에라, 꿈속에서 윤태구나 만나라.”

   욕 아닌 욕을 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가서 창이가 저질러 놓은 뒤처리를 해결해야 겠다.
   햇살이 정오를 향해 달려가는, 어느 한가로운 오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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