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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7/레노루퍼] You're my sunshine

필묘Q 2020. 12. 24. 02:26

※ 파이널 판타지7 어드밴스드 칠드런 시기입니다
※ 레노 x 루퍼스 커플
오래 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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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죽..

 붉은 머리의 검은 정장을 입은 청년이 미소 지었다. 검은 정장을 단정하게 입었지만 어떻게 해도 불량청년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비운의 청년이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구김하나 없는 새하얀 정장의 사내가 있었다.

 헤죽..

 보디가드라는 이름으로 단순히 그의 곁에 서 있기만 할 뿐인 레노는, 명령대로 손 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며 눈만을 굴려 –그 명령을 내린- 상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금 히죽였다. 그리고 그런 레노를 파트너인 루드가 수상하게 바라본다. 분명 약 먹을 때가 지났나? 라던가 아침에 머리를 잘못 부딪혔나? 라는 둥의 뻔한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레노는 상관하지 않았다.

 헤죽..

 세번째로 히죽이자 마침내 루드가 입을 열었다.

  “감기냐?”
  “내가 그딴 거 걸릴 거 같냐? 내가 그렇게 허약해 보엿?”

 가슴을 쭉 펴며 자랑스럽게, 그리고 못마땅하게 받아 치자 루드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끄덕임은 허약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뜻이었다. 레노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가슴을 폈다.
 그의 상관인 루퍼스가 서류를 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지.” 

 다행스럽게도 신라 컴퍼니 총수의 말은 레노에게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들렸다 하더라도 그는 기쁘게 웃었을 테지만.
 간혹 레노를 왜 곁에 두냐고 묻는 자들이 있다. 싸움도 잘하고 일처리도 잘하는 –(..)- 편이긴 하지만 결코 최고는 아니었다. 아니, 최고가 아니라기보다는.. 그의 일처리 능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놀랄 정도로 유능하게 일을 처리해 내는가 하면 거의 다 해결한 일을 어느 순간 포기해 버린다. 이유를 물으면 그저 [되지 않을 거 같아섯.]라는 말로 일축해 버렸다. 레노의 이 같은 종잡기 힘든 기질로 인해 그가 세계 굴지의 기업 신라 컴퍼니의 총수가 곁에 두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느냐..라는 평을 받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루퍼스가 그를 곁에 두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에 대한 충성심. 그것 하나였다. 그를 따르는 많은 자들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Turks의 그것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들은 루퍼스가 태양이 원래는 불타는 고구마라고 해도 믿을 녀석들이었다. 숀은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태양이 불타는 고구마라 주장할 것이고, 이리나는 숀의 말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루드는 그런가? 사장님이 그렇게 말하니 그런가 보다..라는 반응을 할 것이다. 그리고 레노는 마음으로부터 웃으며 그를 따를 것이었다. 젊은 세계기업의 사장은 이것을 높이 샀다. 뭐, 그의 단순하고 무식하고 저돌적인 성미로 인해 그르친 일도 꽤 되지만 말이다. 그러나 실패를 좋아하지 않는 루퍼스이지만 묘하게도 레노의 실패는 넘어가고 만다. 그 실패의 과정이 황당무계하기 그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레노로 인해 숀의 혈압이, 성격이 변해가는 것을 즐기고 있음도 부정할 수는 없다. 

  “..!!!..” 

 갑자기 울컥- 하고 토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헛기침으로 무마했다. 

  .” 

 그 모습을 붉은 머리의 사내가 청색의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한마디 던질 것 같아 보였으나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젊은 사장은 파리한 안색으로 묵묵히 자료에 눈을 떨구고 있었다.

  “사장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만 쉬세욧. 의사도 절대 안정하라고 했잖습니까.” 

 루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기다렸다는 듯이 레노가 말했다. 

  “..난 괜찮아.”
  “답지 않습니닷.” 

 괜찮다는 말이 무안할 정도로 딱 잘라 회답하는 부하의 당돌함에 시린 겨울하늘을 닮은 푸른 눈이 어이 없이 바라본다. 하지만 젊은 사장보다 좀 더 짙은 블루아이는 곧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똑바로 자신을 향한다. 

  “우리는, 나는 당신이니까 여기 있는 거니까 무리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ㅅ. [지금]으로 충분하니까.” 

 신라 기업이 실질적으로 망했건 어쨌건..
 성흔이 있건 없건..
 
루퍼스 이기 때문에 여기 있는다는 말에 젊은 사업가는 순간적으로 놀랐으나 타이밍 좋게 발동한 –흠 잡히기 싫어하는- 자존심 덕에 티를 내지는 않았다. 그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여느 때와 같은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어.”
  사장..”
  
“그리고 한가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아서 말하는데 신라 기업이 힘든 상황이라고 내 주머니까지 힘들지는 않아.” 

 신라가 거진 망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변명 아닌 변명을 던졌다.
 저 능구렁이 10마리 분의 아버지 밑에서 그저 그의 후광이나 입고 살았던 것이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ㅅ.” 

 방금 전에 루퍼스가 했던 것과 같은 답을 부하가 되돌린다. 레노의 답이 의외여서 반사적으로 그를 보았다. 붉은 머리의 턱스는 어린애처럼 순진무구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뭘 해도 완벽한 사장이니까 침대에 누워 일을 해도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 뿐이야.” 

 방금까지의 경어 –아닌 경어- 와 달리 허물없이 말을 놓는 것이 어째 기분이 좋아보인다. 

  .” 

 결국 침대로 가서 누우라는 말에 루퍼스는 오른쪽 어깨에서 손등을 달리는 통증을 느끼며 오만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리 없는 부하는 덩달아 싱글거렸다. 

  “옮겨.”
  응?” 

 순간적으로 잘못 들었나 싶어 웃는 얼굴 그대로 루퍼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레노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도도한- 미소를 만면에 가득 띄운 채로 다시금 또박하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충성스러운 부하의 말을 듣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지. 그러니까 옮겨.”
  사장..”
  
“말을 꺼낸 사람은 자네 잖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옮기라니.. 어떻게?”
  
“너무 피곤해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군 그래.”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회답하는 상관. 그의 말이 레노의 머리 속에서 사고라는 과정을 거쳐 변환되어 간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 일어설 수 없다 => 부축 불가 => 안아서 옮기기

 이상의 과정을 거친 레노는 자신이 이끌어낸 답에 수초간 침묵했다가 잠자코 루퍼스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올렸다. 여전히 보기보다는 무겁지만 가볍다. 보기에는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존재 같아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레노의 상관은 확실한 무게로써 그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었으나 신장을 생각했을 때는 가벼운 축이라고 생각된다. 

  ㅅ..” 

 조심스럽게 안아올렸음에도 상처를 건드렸는지 루퍼스의 몸이 움찔했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덩달아 움찔했지만 애써 동요를 숨겼다. ..라고 생각했다. 

  “피곤하군.”
  “조금만 참으세요..” 

 어쩐지 마지막 말이 사그라드는 듯이 느껴진 것은 착각일까. 레노는 슬쩍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능한 한, 품 안의 존재를 흔들리지 않게 하며 침실로 옮겼다.
 하얀 시트 위에 그를 올리고 하얀 정장 상의를 살짝이 벗겨낸다. 숨쉬기 편하게끔 셔츠의 단추도 두개쯤 풀어둘까..생각하며 단추에 손을 대었다.
 
하얗게 드러나는 살갗에 어울리지 않는 푸르스름한 흔적.
 
레노는 애써 그것에 눈을 주지 않으려, 루퍼스에게 자신의 동요를 숨기려 했지만 블루그레이 눈동자에 떠오른 흔들림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 

 문득 입술에 닿은 따듯한 감촉.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빼는데 상대가 레노의 셔츠를 잡아 행동을 저지한다. 그리고 루퍼스의 손에 잡힌 옷자락은 그대로 레노를 금발의 청년에게 이끌었다. 차갑게 느껴질 정도의 맑은 푸른 눈동자가 가까워진다. 

  “사..” 

 레노의 말은 그대로 루퍼스의 입 안으로 사라진다.
 처음엔 가볍게.. 

  “사장..”
  “상이다.” 

 어딘가 즐거운 듯한 어조로 레노의 고고한 상관이 말한다. 그의 말에 턱스의 일원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다시금 입을 포갠다. 이번엔 좀 더 힘있게. 

  ‘어째서 이런 것이 상이 되는 걸까. 기분 나쁘지 않지만. 아니, 오히려 기분 좋은가.’ 

 이래저래 루퍼스에게 휘둘려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이제와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라고 뇌의 한켠에서 속삭인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마음껏 음미하는 것이 좋다고 또 한구석에서 소근댄다.
 붉은 머리의 청년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반짝이는 금발을 어루만졌다. 남자간의 키스..라는 행위에 거부감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상대가 [그]이기 때문이겠지. 

  ‘부드러워.’ 

 당장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처럼 부드럽다. 레노는 손 안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을까 힘을 주어 그를 붙잡았다.
 어느 틈엔가 열린 치열사이로 보이는 작고 여린 살점을 휘감아 잡아 당겼다. 무미(無味)라고 할 수 있는 그 존재는 어떤 마법을 갖고 있는지 닿는 것만으로 레노의 정신을 아뜩하게 만들었다.
 좀 더.. 좀 더..
 
깊어 가는 욕구. 그에 거스르지 않고 순순히 따르려던 순간,

 타악-!!!

 루퍼스의 손이 레노를 밀쳐냈다.

갑작스러운 일에 어리둥절해 하는 레노의 눈에 잔뜩 –겁에 질리기라도 한 듯- 떨리는 푸른 눈동자가 뛰어든다. 

  “사장..?”
  “나가.”
  
“에?”
  
“당장 나가!!” 

 시트를 비틀어 쥔 하얀 손이 떨리고 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전에 없이 레노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의 주인이, 그의 상관이 괴로워하고 있다. 그 사실만이 유일한 진실로 턱스의 마음을 얼어 붙게 만든다. 본 적 없는 금발 사장의 무너질 듯한 모습. 그건 일종의 공포와도 같았다. 

  “레노-!!!!” 

 이어지는 루퍼스의 일갈이 레노의 정신에 찬물을 끼얹는다.

  “사..사장!! 의사를 부를까요?!!”
  “필요 없으니까 그냥 방에서 나가!”
  
“그..그렇지만..!!”
  
“어서!!”

 루퍼스란 남자는..
 죽어도.. 부탁이니까,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라는 식의 약한 소리 따위 입에 담지 않는다. 그저 명령할 뿐.
 
그것이 너무나도 그 답고,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
 
붉은 머리 청년은 아주 잠깐 머뭇거리다가 뒷걸음질 쳤다. 차마 그에게 등을 돌릴 수가 없었다. 

  “문..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회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던 거겠지.
 구두 뒤축에 문이 닿자마자 손을 돌려 문고리를 찾았다. 그리고 돌출된 목적지에 이르러 다시 한번 루퍼스를 바라보고 문을 열었다.
 
방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찰칵..

 문이 닫히는 소리가 섬뜩하게 심장을 관통하며 레노의 다리에서 힘을 앗아갔다. 주르륵 미끄러지며 주저앉아 양손으로 자신을 끌어안아 떨림을 멈추려 애썼다.
 등 뒤의 문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큭-!!” 

 그것이 더 사내를 괴롭게 했다. 신라의 젊은 사장이, 루퍼스가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이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결코 문 밖의 부하에게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사력을 다해 버텨낼 금발의 주인. 

  “우..윽..”

 자신은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를 위해 일하고, 그를 위해 움직이지만 그의 고통에는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 무력감이 절망으로 화한다.
 깊은 절망에 짓눌려 죽을 거 같은 순간, 붉은 머리 턱스의 뇌리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건 생각이라기 보다 몸부림에 가까운 것이었으나 레노에게 있어 한줄기 빛과 같았다. 검은 정장의 사내는 빛을 잡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 

 허름한 집에 울리는 사내의 고함. 그것은 마치 주인의 고통을 대신 토해내는 듯 했다.
 고함이라기 보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절규는 문 너머의 루퍼스에게도 도달한다. 

  레노..” 

 어째서 붉은 머리의 부하가 고함을 지르는지 신라 컴퍼니의 총수는 금세 알아챘다. 어지간한 소리는 저 소리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그래, 그게 혹여 신/음/소/리/라고 해도. 

  “하..하하..” 

 너무나도 레노다운 발상. 자신에 대한 한결 같은 충성과도 같은 생각에 루퍼스는 성흔의 고통조차 잊고 웃고 말았다.
 우스워서 참을 수가 없다. 

  “하..하하..크..윽..” 

 통증으로 습기를 머금은 푸른 눈동자에 날카로운 빛이 달렸다. 왼손을 들어 오른쪽 어깨를 움켜쥐었다. 

  “---!!!!!”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격통이 관통한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통증. 하지만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레노의 외침만큼은 선명하게 들린다. 루퍼스는 다시금 –상처를 움켜쥔- 왼손에 힘을 주었다. 하얀 셔츠에 붉은 기운이 퍼진다.
 조금만 버티면 금새 수그러들 고통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납득시킨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운데 고통에 익숙해져 가는 뇌가 점차 선명해진다. 

  “..후..” 

 식은땀을 손으로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의를 걸쳤다.
 슬쩍 옷 매무새를 고치고 난 뒤, 문간으로 향했다.

 찰칵..

 문이 열렸다. 동시에 붉은 머리 사내가 벌렁 안쪽으로 넘어졌다. 블루그레이의 눈에는 당혹감을 머금은 채, 주인을 올려다 보았다.
 냉랭한 기운의 푸른 눈이 레노를 내려다 본다.
 
신라 컴퍼니 총수는 짧게 부하에게 고한다. 

  “시끄러.”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쳐져 있었고, 그것을 보던 레노의 얼굴에도 -방바닥에 나동그라진 채로- 함박 웃음이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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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께 드렸던 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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