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프마이/히후미x돗포 +진구지] 오늘도평범합니다
1. 본 글은 여성향입니다.
2. 남성성우Rap Battle Project [Hypnosis Mic]이 원작입니다.
3. 마천랑 그룹 / 이자나미 히후미 X 칸논자카 돗포 + 진구지 쟈쿠라이
4. 단편입니다.
5. 존잘님께 드린 조공입니다.
6. 안구테러에 의한 위자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이상의 조건에 혐오 혹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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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nosisMic] ver.麻天狼
오늘도 평범했습니다
Written by. Q
For. 연금술공방
금발의 잘생긴 청년이 수줍게 눈을 내리깔았다. 앞으로 할 말에 대해 긴장이 되는지 입술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말할까, 말까. 말해야 되는 건 알지만 좀체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건 눈앞에 있는, 크게 곱슬진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이의 탓이다.
“저기….”
“응?”
어렵사리 꺼낸 말은 상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는 통에 아침 이슬보다 덧없이 혀 끝에서 사라졌다. 연한 하늘색의, 에메랄드에 가까운 눈동자가 저를 향한 순간 숨통이 콱 틀어 막혔다. 알 수 없는 힘이 혀를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니, 그래도 해야만 한다. 사내라면 해야만 할 때가 한번쯤은 있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때!! 자아, 이자나미 히후미여, 용기를 내라!!
“조….”
“조?”
잘려나간 말의 흔적을 주워 되돌려주며 상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그마한 행동을 따라 머리카락이 살랑거리고 흔들림에 실려 좋은 냄새가 풍겼다. 샴푸..일까? 상냥하고도 부드러운 냄새는 그 내음을 지닌 이를 닮아 있었다. 히후미의 양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니, 이래선 안 되는데…, 이건 내가 생각한 게 아닌데…. 당혹감에 어버버거리며 조, 조, 하고 단어조차 되지 못하는 말의 조각을 흘리는데 문득 상대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자그마한 동작으로 검지와 엄지를 마주해 OK를 닮은 제스처를 했다가 곧장 주먹을 쥔다. 그것은 오랜 친구와의 사이에 암묵적으로 정해진 ‘힘내라’ 싸인. 그걸 본 순간, 이빨 부딪히는 소리마저 들리던 떨림이 조금 멎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켜 제멋대로 뛰는 심박수를 진정시키려 해본다. 잠깐 시선을 들어 에메랄드 색 눈을 보았다. 부드럽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상냥하게 휘었다. 에잇, 모르겠다!! 눈을 질끈 감고 히후미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방문도 열렸다.
“좋아해!!”
쩌렁하니 울린 외침은 방 전체를 채우고도 넘칠 정도로 컸다. 당연히 갑작스런 방문자도 들었다.
방문 높이만큼 커다란 키를 지닌 이가 얼어붙어 있으니 문틀이 액자고 방문자는 캔버스 속 사진 같다. 히후미와 그 앞에 선 이가 문을 연 이를 보고 동시에 “아.” 단어가 아닌 파편을 내뱉고는 돌이 되었다.
완전히 굳어버린 세 사람 중에 제일 먼저 움직인 것도 방문자였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버릇처럼 관자놀을 –검지로- 두드렸다.
“자네들이 그런 사이인 줄은 몰랐군.”
방해해서 미안하네, 라며 그 자리를 우아하게 돌아서던 진구지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히후미 맞은편에 선 굵은 곱슬머리의 갈색 장발 여성에게 방긋 웃었다.
“그 모습도 참 잘 어울리는 군, 돗포 군.”
그리고 문이 닫혔다.
찰칵, 차가운 금속성이 대기를 찢자 마주보고 선 두 사람이 모두 파뜩 정신을 차리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문을 향해 돌진했다.
“아니야! 선생님!! 그게 아니야, 오해야!!!”
“여기엔 깊은 이유가 있습니다!!! 들어주세요오오오오!!!”
“여성공포증의 치료를 위한 훈련?”
눈물 콧물 짜내는 돗포와 허둥거리는 히후미에게 붙들려 자리에 앉은 진구지가 두 사람의 –좀 전 사태에 대한- 까닭을 듣고 제일 먼저 꺼낸 말이었다. 히후미가 고개야 떨어져라 붕붕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구지는 좀 전 저가 들은 이야기를 가만 머릿속에 정리해 보았다. 정리할 정도로 복잡한 얘기도 아니었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되새기지 않고는 뇌에서 튕겨 나갈 것 같았다.
말인즉, 좀처럼 히후미의 여성공포증이 낫질 않으니 일단은 여성의 형태를 한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고. 즉, 여장한 돗포로. 왜 돗포인가는 간단했다. 부탁하기 제일 편했으니까. 여기서부터 이미 진구지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막상 여장한 돗포를 보니 진짜 여자를 상대하고 있는 듯해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돗포에게 상당히 실례되는 이야기가 아닐는지. 그야 돗포가 좀 선이 가늘고 말랐으며 얼핏 봐서는 여성과 착각할 정도로 예쁜 생김새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성인 남성인데. 진구지가 돗포를 슬쩍 보았다. 그는 좀 전 일을 진구지에게 들킨 게 엄청 쇼크였는지 가뜩이나 비관적인 태도가 지구를 뚫고 나락에 도달할 기세로 다운되는 중이라 히후미의 설명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음, 다행인 걸까나?
히후미가 다급하게 부연 설명을 하였다.
“아니, 돗포가 수학여행 간 동네 중학교 축제 이벤트로 여장해서 미스 NO.1으로 뽑힌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여장하면 잘 어울릴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게 돗포인 것도 아니 괜찮으리라 생각했단다.
“헤에, 남중에서?”
“아뇨, 여중이었어요.”
“……음?”
지금 내가 무슨 소릴 들은 거지? 진구지는 자신의 귀를 두 번째로 의심했다. 히후미가 마치 무용담을 펼치듯 헤헤헤, 웃으며 가슴을 내밀었다. 친구들하고 장난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벌칙게임으로 참가하게 되었단다.
“근데 아시다시피 전 여성공포증이 있잖아요?”
참가는커녕 생각만으로 기절할 것 같았는데 돗포가 불쌍하다며 대신 나갔다고. 그리고 너무나 당당하게 1위를.
“…….”
“이야~, 나중에 남자인 거 걸려서 엄청 깨졌지만요.”
뒤통수를 긁적이며 데헷, 하고 웃는 히후미의 모습은 여성이 봤다면 꺄아, 하고 뒤로 넘어갈 법했지만 불행히도 그 앞에 앉은 이는 진구지였다. 진구지가 한쪽 팔꿈치를 의자 손받이에 댄 채 모양새 좋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을 두드렸다.
“대충 사정은 알겠는데 왜 [고백]인지 모르겠네만.”
“아! 그건 말이죠. 빨리 낫기 위해 좀 거친 방법을 더해 봤어요.”
여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자 모습을 한 돗포에게 말을 걸 수 있다면, 그것도 고백을 할 수 있다면 진짜 여자에겐 일반적인 대화를 할 수 있지 않겠냐며 두 눈 가득 의지를 불태우는 히후미에게서 진심이 전해져 왔다. 지나치게 전해져 와 난감할 정도다. 대체 두 상황의 연관성은 어디서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 걸까. 제법 많은 사람을 대해왔다 생각했지만 아직도 미지수의 인간은 존재하고 있었다.
“…전부터 생각했네만.”
“네, 선생님.”
“자네는 발상이 참 독특하군.”
그리고 극단적이야. 뒷말은 가만 입술 안에 담고 삼켜 버리니 진구지의 남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히후미가 에헤헤, 웃으며 선생님께 칭찬 받았다 쑥스러워 하였다. 응, 칭찬 아니지만 내버려두자. 진구지가 아직도 땅을 파고 있는 돗포를 돌아보았다.
“돗포 군.”
“…네?”
“다음엔 좀 더 가볍게 시작하게나.”
“네….”
역시 칸논자카 돗포. 진구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금세 눈치를 챈 모양이다. 이로써 갑자기 반응하기 곤란한 장면에 맞부닥뜨릴 확률은 줄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절대로 노크를 잊지 말자 다짐하는 진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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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랜 살짝 시리>해피 물이었는데
[호노보노+진구지 쌤이 사이에 껴서 괴로워 하는 게 보고 싶다]
라는 주문을 받고 부랴부랴 바꿨습니다 ㅋㅋ
원래 쓰려던 건 찬찬히 써서 올려보죠 뭐. :D
다른 분들도 재밌게 읽어주심 좋겠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