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 단편

[마츠엔노] Relation

필묘Q 2020. 12. 26. 21:40

1. 본 글은 여성향입니다.
2. 원작 마츠카와 잇세이x엔노시타 치카라 커플입니다.
3. 단편입니다. (근데 세계관적으로는 저번과 이어집니다...◑w◑)
 (18.04.06 푼 썰 기반)

4. 안구테러에 의한 위자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이상의 조건에 혐오 혹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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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층, 요즘 연애해?”

 모처럼 세이죠 악연들인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예전 주장이었던 잘생긴 청년이 뜬금없이 말의 돌을 던졌다. 그가 던진 행위의 파문이 네 사람 사이에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술렁임을 남기는 가운데 질문을 받은 이가 오이카와를 직시하며 입을 연다.

  “어.”

 파문을 물살로 바꾸기 충분한 효과를 지닌 마츠카와의 대답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다. 제일 먼저 하나마키가 반응을 보였지만 그가 입을 열기에 앞서 잠시 머뭇거렸던 걸 마츠카와는 놓치지 않았다. 예전에 함께 배구를 하였던 이의 얼굴이 잠깐 동안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가 금세 활짝 펴지며 텐션 높게 이죽거렸다. 마치 속으로 어떠하든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과도 같은 활달함이었다.

  “진짜냐! 드뎌 너도 정착하는 거야? 누구야? 널 구제해준 천사는.”
  “너무 하네.”

 그가 그런 태도라면 자신도 맞춰줄 뿐이다. 마츠카와도 평상시의 나른한 듯 느릿한 어조로 대답하며 웃었다.

  “아직 짝사랑 중이야.”
  “그게 더 신기해. 왜 얼른 고백 안 해?”

 처음에 주제를 던졌던 오이카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부원의 능력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는 오이카와였기에 시합 때도 그러하고 이때다 싶을 땐 망설임 없이 행동하는 마츠카와가 꾸물거리고 있는 현 상황이 의외였다.
 단순히 타이밍이 아녔던 걸까? 홀로 추측하고 있노라니 전 세이죠 MB가 친절하게 해답을 내놓는다.

  “전에 고백했다 차인 적이 있어서 이번엔 좀 신중해지려고.”

 고백한 적 있단 말에 한바탕 또 소란스러워진다.

  “누구야, 우리도 아는 애야?”
  “대체 어느 틈에….”

 따위의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마츠카와의 시선은 가만 하나마키를 향했다. 분홍 머리의 동창은 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애써 평범함을 가장하고 있던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씁쓸한 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게 마츠카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미안, 난….

 처음부터 성공률이 높지 않을 건 알았다.
 저와 달리 하나는 노말이었으니.
 알고서 고백한 그에게 몹시도 곤란한 표정으로 우물쭈물 거리며 좀체 말을 이어나가질 못하는 하나마키를 보고 실수했다고 후회했다. 하나마키의 잘못이 아니다. 외려 그 이후로도 예전대로 지내려 하는 만큼 딴에는 노력하고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게 싫었다.
 차라리..

  “어이, 맛층, 네 차례야.”

 마츠카와의 태도에서 이 이상 캐낼 것이 없으리라 짐작한 세이죠 악연들은 이미 캐묻길 포기하고 원래 하던 일 -누가 가져왔는지 모를 보드게임- 로 돌아가 보드게임 말판을 마츠카와 앞으로 디밀었다. 주사위를 손에 쥐며 마츠카와도 생각을 멈춘다.

  ‘관두자. 이미 지나간 일이고 시간은 걸렸지만 정리도 했잖아. 긁어 부스럼이다.'

 결심을 닮은 중얼거림과 함께 굵은 손이 주사위를 던진다.

 

=====

 

  “쯧..”

 B급영화관에서 나오며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곤 마츠카와가 쓴 입맛을 다셨다. 어차피 재 상영이고 DVD로 몇 번이나 돌려봐서 내용은 전부 머릿속에 들어있지만 스크린으로 본다는 즐거움으로 기다리던 영화였건만 거의 집중하지 못한 것이 새삼 아쉬웠다. 그리고 그러한 마츠카와의 상태를 함께 영화를 관람한 엔노시타도 눈치채고 있었다.
 영화관을 뒤로 하며 타이밍을 봐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오늘 약속 미뤄도 됐는데….”

 마츠카와를 걱정하는 게 느껴지는 어조에 마음 한 구석 가라앉은 기분이 한결 가벼워져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음 써주는 건 고맙지만 저로 인해 엔노시타가 껄끄러운 기분이 되는 건 싫어 감정을 다잡는다.

  “오늘이 상영 막날이었잖아.”
  “하지만….”

 폰으로 찾은 근방 파스타 집에서 주문한 파스타가 나오길 기다리며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치카라.”

 마츠카와의 부름에 엔노시타의 검은 눈이 미약하게 흔들렸다.
 타인에게 이름을 불리는 일이 별로 없는지 마츠카와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엔노시타가 보이는 반응이었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풋풋한 반응이 마음에 들어 더 일부러 부르는데 아는가 몰라.
 그의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 이미 좀 전의 싫었던 기분은 자취도 없었다. 기왕이면 영화보기 전에 시도할 걸 그랬다 내심 후회하며 문득 떠오른 질문을 던졌다.

  “친구인 줄 알았던 이가 네게 고백하면 어떻게 할 거 같아?”

 그것은 과거의 반추이자 미래에 대한 대비를 담은 질문이었다.

 엔노시타 또한 노말이다.
 그에게서 하나마키에게 듣지 못했던, 추측밖에 할 수 없었던 입장 -물론 하나마키와 엔노시타를 동일시 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저의 꼴사나운 버둥거림일 뿐이다- 과 앞으로 저가 고백했을 때 엔노시타가 취할지 모를 태도의 일부나마 컨닝하고 싶었다.
 이런 사심으로 점철된 질문에 대해 엔노시타는 나지막이 눈을 키웠다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숙고할 때 그가 취하는 버릇.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제법 그에 대해서 아는 게 있다 싶은,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으며 가만 엔노시타가 생각을 끝내길 기다리고 있노라니 이윽고 생각을 마친 그가 다시금 마츠카와와 시선을 똑바로 맞췄다.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철저하게 거절 할래요, 앞으로도 친구로 있고 싶다면 더더욱.”
  “헤에.”

 솔직히 의외였다. 평상시 마냥 순둥이 같은 얼굴을 떠올리면 말처럼 모질게 굴 수 있을지 미심쩍긴 해도 또 모르지. 아까도 잠깐 생각했었는데 저가 엔노시타를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지 않다. 이것저것 알게 된 부분이 늘어가고 있는 중이긴 해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것이다.
 그걸 고려한다면 정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여튼 말의 진위 여부보다 그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어서 더 부러 파고들었다.

  “무섭네.”
  “읏. 하,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허둥거리는 엔노시타였다. 이런 부분을 보면 평상시에도 남한테 싫은 소리 잘 못하는 녀석일 것이다, 저와 다르게.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그래도 여전히 얼굴은 붉었다- 헛기침으로 환기하며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괜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게 더 잔혹하잖아요.”

 허둥대는 그가 귀여워서 조금 더 지켜볼까도 싶었지만 그가 한 말이 마음에 들어 오늘은 그만하기로 하고 순순히 본심을 입에 담는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대답하자마자 타이밍 좋게 주문한 음식들이 나와 그들의 대화는 거기서 일단 중지.
 허나 마츠카와는 식사 내내 흘끔거리는 엔노시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필시 자신의 질문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을 것이다.
 만약 엔노시타가 질문의 본질에 대해 물어온다면 자신은 솔직하게 대답할 것이다.

 아마도.

 그래, 아마도.

 진짜 그 상황이 되지 않고서는 잘 모르겠다는 게 더 맞다. 의외로 난 변덕쟁이라서 말이지.
하지만 결국 식사 끝날 때까지 –그리고 나중 일이지만 헤어질 때까지도- 엔노시타는 식사 전의 대화에 관해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포크와 수저를 놓으며 정말이지 순순한듯 결코 쉽지 않은 청년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좋은 것이다.

 아까까진 어쩌면이었던 추측이 확신으로 변하며 마츠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분명 그라면 어느 쪽이든 태도를 분명히 할 것이다.
 스스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 잘 먹었다.”

 하지만 그걸 확인하는 건 좀 더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
 지금은,

  “그러고 보니 다음 상영작 뭔지 봤냐?”

 이 순간을 조금 더 즐기자.

  “네, 봤어요! 다음 건 괴수 물인데요….”
  “엑, 괴수는 관할 외인데.”
  “한 번 속는 셈 치고 보세요. 분명 좋아하게 될 겁니다.”
  “으음~ 어쩔까나~.”

 일부러 뜸을 들이며 고민하는 척 하자 엔노시타가 프슬 웃었다.

  “그렇게 말해도 볼 거잖아요? 마츠카와 씨는.”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입술이 보는 이에게 상냥함을 전달한다. 그에 전염되듯 마츠카와도 평소 잘 짓는 의미를 담은 미소 대신 미소인 미소를 지으며 쿡쿡거렸다.

  “재미 없으면 다음에 밥 쏘게 할 거다.”
  “엣, 그, 그런..”
  “이제 와 동공지진해도 늦었어.”
  “에에~!!”
  “귀여운 척 해도 안 봐 줄 거고.”

 아까와 다른 의미로 엔노시타의 눈이 흔들리다가 한숨과 함께 사라진다.

  “그렇게 오해를 살 만한 말을 남발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오해가 아니면 되는 거냐?”

 엔노시타와의 주거니 받거니 대화가 즐거워 계속해서 이어진 언어의 캐치볼 끝에 엔노시타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그럼 진심이에요?”
  “….”

 입술을 삐죽이며 말하지만 미미하게 어조가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이 그들 관계의 분기점. 앞으로 저가 취할 행동이나 말에 의해 변화가 도래할 것임을 알고 마츠카와는 잠시 고민했다. 이 참에, 기세를 타고 고백해 버릴까나.
 어차피 고백에 대한 답변의 흑백은 분명하니 마음은 편하다.
 하지만 결국 대답 대신 침묵을 택했다.

 아직은 좀 더 이대로..

 어둑하니 어스름이 진 식당 밖 풍경처럼 친구, 지인, 선후배, 형동생, 어느 것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어스름 속을 거니는 듯한 현재의 관계가 마음에 들기에 좀 더 이대로 있기로 결정한다.

  “어떨 것 같아?”

 그들의 관계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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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마츠엔노 글에 달린 댓글에 감동 먹었어요
틧에 썰로 올린 거 설로 작업하는 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네요.
설로 바꾸면서 문장이 빠지기도 하고 더해지기도 하고 아예 바뀌기도 하고.. ㅎㅎ
기본 흐름은 같지만요.
다른 썰들도 옮길 예정인데 생각보다 작업이 손이 많이 갈 거 같아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ㅎ;;;

그나저나 이거 썰 풀 때도 생각했지만..
맛층이 별로 능글거리지 않는 거 같아요 ㅠㅠㅠ 맛층은 능글거림이 묘미인데!! ㅠㅠㅠㅠ
엉엉엉 (제대로 표현 못한 손을 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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