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 단편

[텐도우시텐도] 18' Valentine

필묘Q 2020. 12. 23. 23:43

1. 본 글은 여성향입니다.
2. 텐도 사토리 + 우시지마 와카토시 커플(공수 불분명, 텐우 경향)입니다.
3. 급하게 쓰느라 퇴고 못했습니다 -_-;
4. 18' Valentine 맞이 단편.

5. 안구테러에 의한 위자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이상의 조건에 혐오 혹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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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우시지마 씨. 이거, 받아주세요!!”

 부끄러움으로 양 볼이 붉게 달아오른 소녀가 그렇게 외치며 우시지마의 팔 안에 초콜릿 상자를 찔러 넣었다. 그리곤 우시지마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등을 돌려 쏜살과도 같이 달려가버렸다. 남은 건 커져가는 당혹감으로 얼굴을 굳힌 시라토리자와 배구부의 에이스뿐.

  “…….”

 아까부터 반복되는 일에 우시지마는 솔직히 표정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으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작은 그저 받아 주는 것만으로 기쁘다는 말에 하나 둘 받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몇 개 되지 않았던 초콜릿들은 금세 우시의 큰 두 팔에도 차고도 넘칠 만큼의 양이 되었고 그러자 이젠 우시지마의 반응이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아까 그 아가씨처럼 초콜릿 더미 사이에 자신의 것을 끼워놓고 사라지는 여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결과 더 커지는 초콜릿 더미.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그리고 그를 타파할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 어째야 할 바를 몰라 고민하다 결국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린다. 거기라면 남녀 별도이니 이 이상 초콜릿이 늘어나는 일은 없겠지.

  “어라? 와카토시 군?”

 낯익은 목소리가 반가워 돌아보자 붉은 머리 소년이 작은 키x스 초콜릿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그 또한 예의 발렌타인 초콜릿을 받은 걸까 생각하고 어째선지 가슴이 갑갑해졌다. 만약 자신이 초콜릿 무더기를 끌어안고 있지 않았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무슨 일인가 점검해 봤을 것이다. 뭐지….

  “우와, 많이도 받았네. 과연 와카토시 군~★”

 꾸밈없이 드러내는 감탄에는 그 외의 감정이 섞여있는 것 같지 않아 또다시 마음이 답답해진다.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걸까.

  “나는….”
  “응?”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없다.”
  “하하, 뭐 한 번에 먹을 수는 없겠지. 와카토시 군은 나만큼 초콜릿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라며 텐도가 들고 있던 키X스 봉지를 뜯어 붉은색 은박지에 감싸인 작은 초콜릿을 꺼내 포장을 까기 시작하였다. 텐도의 긴 손가락이 거침없이 포장을 찢고 안의 초콜릿을 꺼내 입 안으로 던진다. 오물오물거리는 한쪽 볼이 살짝 올라온 게 초콜릿이 어드매에 있는지 가르쳐 준다.

  “그래도 썩는 것도 아니니 일단 받아두지 그래? 일년에 한 번뿐인 이벤트잖아.”

 용기 내서 건네는 마음을 봐서라도 말야, 하고 또 하나 붉은색 은박지를 찢는다. 본래 텐도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빠른 속도라 우시지마는 머리에 떠오른 의문을 솔직히 입에 담았다.

  “너도 누군가에게 받았는가 보군.”
  “응? 아, 이거? 아냐아냐.”
  “??”
  “이거 와카토시 군 주려고 한 건데 너무 많아 처치 곤란하다고 하니 자체 소각 중.”
  “…에.”

 뜻밖의 사실을 소화하느라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도 빠르게 텐도의 입안으로 사라지는 초콜릿들. 잔량이 얼마 되지 않는 봉지를 보며 우시지마는 드물게 조급함을 느꼈다.

  “네가 주는 건 곤란하지 않다.”

 텐도의 손이 움칠 멈췄다. 그거 해석하기에 따라 엄청난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뭐, 상대가 와카토시 군이니 특별한 의미는 없겠지만. 그게 조금 짜증난단 말이지. 고개를 치켜 들려 하는 검은 감정을 꾹꾹 밟아 쑤셔 넣으며 붉은 머리 소년이 제 머리 색만큼이나 붉은 은박지를 하나 더 뜯었다.

  “어째서? 팀메이트니까?”
  “그래.”

 거 봐. 아니나다를까 기운 빠지는 대답에 깐 초콜릿을 입에 넣는다. 이게 몇 개째인지 세는 건 이미 포기했고 입안은 초콜릿의 단내로 가득 차 머리가 어찔거릴 지경이다. 아무리 저가 초콜릿을 좋아한다지만 단시간에 이렇게나 먹는 건 처음이라 속이 느글거리는데 꾹 참고 하나 더 뜯는다.

  “그런 거라면 분명 시라부도 이따 주러 나타날 걸. 그거나 받아줘.”
  “…….”

 조금 심술을 부려볼 요량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툭, 하고 우시지마가 들고 있던 상자 하나가 떨어졌다. 텐도의 말에 생각보다 더 데미지를 받은 모양이다. 눈앞의 남성미 물씬 풍기는 소년이 뚜렷하게 드러내는 시무룩한 분위기에 반대로 텐도는 기분이 좋아졌다. 우시지마가 저로 인해 당황하고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좋았다. 저와는 다른 의미겠으나 그가 자신에게 품는 호의를 느끼는 게 좋았다. 여기에 만약 저로 인해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생각만으로 하반신이 불끈 반응하려는 걸 모른 척 마지막 붉은색 은박지를 까는 걸로 대신하며 우시지마를 향해 걸어갔다. 검은 눈동자가 조용히 텐도의 모습을 좇는다. 너무 그렇게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 곤란한데. 자꾸만 욕심이 나잖아.
 흑요석을 닮은 눈동자에 오롯이 저만 비추고픈 충동을 살살 달래며 텐도가 손을 들어 들고 있던 물방울 모양 초콜릿을 우시지마의 입에 넣었다.

  “!!”

 그리고 허리를 굽혀 떨어진 초콜릿 상자를 집어 들어 상자 모서리로 그의 에이스 어깨를 툭툭 쳤다.

  “이건 네가 주는 걸로 칠게. Happy Val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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