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 단편

[쿠로텐도] 18' Valentine

필묘Q 2020. 12. 23. 02:11

1. 본 글은 여성향입니다.
2. 쿠로오 테츠로 X 텐도 사토리 커플입니다.
3. 급하게 쓰느라 퇴고 못했습니다 -_-;
4. 18' Valentine 맞이 단편.

5. 안구테러에 의한 위자료는 지불하지 않습니다.

이상의 조건에 혐오 혹은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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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홍색 리본으로 된 포장, OK.
 내용물? 녀석이 젤 좋아하는 맛, OK.

 커다란 손에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크기의 포장 상자를 던졌다 받았다 되풀이 하며 흑발 청년은 마지막 점검을 하였다. 적어도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전부 준비했다. 부족한 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어차피 나 혼자 버둥거리려는 거려나.”

 씁씁한 마음을 담아 중얼거려 본 말이 더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그런 생각을 뿌리칠 수가 없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우연이나 다름없었다.

  - 사귀어 볼래?
  - …그래?
  - 어느 쪽이야.
  - 그러자고.

 사귀게 된 당시를 떠올리며 다시금 머리를 긁적인다. 저 어디에 사귄다는 두근거림과 설렘이 있단 말인가. 밖에 나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열에 아홉은 저게 어떤 상황이냐 되물어 올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텐도 같은 인간이겠지.
 하아, 길다란 한숨을 토하며 찝찝한 마음도 같이 흘러가길 바랬지만 들이쉰 숨에 오히려 묵직함이 더해진 기분이 든다. 뭐, 그렇다고 둘이 전혀 연인 같이 굴지 않고 있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연인이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단계는 다 밟았다, 육체적인 부분에서는.

  “하지만 상대가 저 텐도니까 말이지.”

 육체적인 연결에 어느 만큼이나 무게를 둘지 의심스럽다.
 남자라는 생물의 종족 특성상 마음이 없어도 섹스는 할 수 있지만 쿠로오는 그렇지 않은 쪽이라서 –억지로 하려면야 하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텐도와 몸을 맞댄다는 사실은 그에게 있어 텐도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제 입장이지 텐도는 어떨까.
 텐도는 정말 복잡 다양한 녀석이면서 또 때로는 지나치게 단순해서 오히려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 점에 반한 것이지만 가끔 텐도가 왜 저랑 사귀는 걸 받아들였는지 궁금해진다. 단순히 변덕일까. 그렇다면 변덕이 끝나는 순간 이 관계도 끝나는 걸까.
 사고가 어두운 푸른 빛을 띄려고 해 직접 제동을 건다. 상대의 머릿속을 홀로 생각해 봐야 망상일 뿐이다.

  “우선,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

 손 안의 초콜릿 선물 상자를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라도 그가 초콜릿을 준비했다면 조금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자그맣게 희망이라는 이름의 불꽃을 품으며 하루라도 빨리 발렌타인 데이가 오길 기다린다.

 

 

***

 

 

  “자.”

 너무나 당당하게 양손을 내미는 붉은 머리 청년을 검은 머리 청년이 세모진 눈으로 쳐다보았다. 내밀어진 손에는 아무것도 없는 게 무언가를 건네는 동작이 아닌 받으려고 하는 동작이었다.

  “뭐야? 이건.”
  “초/콜/릿 내/놔.”

 주세요도 아니고 내놓으란 말이 참으로 텐도다웠지만 오늘의 쿠로오에겐 심기를 건드리는 말일 뿐이었다. 확 하고 치솟은 짜증에 주머니에 갈무리 해뒀던 선물 상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 끝에 걸려 벗겨지는 리본은 고심해서 고른, 텐도의 머리 색을 닮은 다홍색. 묶을 땐 그리 고생을 했건만 풀리는 건 덧없을 정도로 한 순간. 마치 지금 자신과 겹쳐져 더욱 힘이 들어간다. 찌익, 포장지가 찢어져 안의 상자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걸 손끝으로 느끼며 찐득한 시커먼 감정이 커진다.

  “테츠로 군?”

 쿠로오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있음을 눈치 챈 텐도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어린 아이를 연상시키는 천진한 표정을 마주하자마자 대번에 마음이 누그러지는 걸 보면 자신은 어지간히도 이 녀석한테 빠져 있는 건 틀림없다. 하아, 짤막한 한숨으로 감정을 정리하며 포장지가 다 뜯겨 원본만 남은 초콜릿 상자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오오! 그거 내—.”
  “이거 네 거 아니거든?”

 그리곤 초콜릿을 꺼내 입안에 쏙 던져 넣었다. 순순히 건네지 않은 건 자존심의 마지막 발악.

  “내 거야.”
  “(빠직).”

 유치한 복수인 줄은 알지만 뭐 어때.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복수의 칼날을 갈 수 있는 유치한 동물인 것이다, 따위의 헛소리를 떠올리고 있는데 갑자기 양 뺨을 감싸는 강한 힘. 뭐야? 눈을 뜬 순간 코앞에 텐도의 얼굴이 있어 깜짝 놀랐다. 심장이 무섭게 뛰는 건 깜짝 놀란 탓으로 해두자. 절대 그의 얼굴에 새삼스레 두근거린 게 아니다.

  “뭐…흡!!”

 쿠로오의 입이 벌어지자마자 놓치지 않고 겹쳐지는 텐도의 혀. 처음부터 거칠게 쿠로오의 세치 살점을 휘감으며 난폭하게 빨아대는 통에 처음엔 얼떨떨함으로 멍하니 있던 쿠로오도 이내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저보다 얇은 허리를 끌어 당기며 붉은색 뒤통수에 손을 올려 서로의 간격을 더욱 좁혔다. 츕, 츄웁, 저속한 소리가 새어나갈 때마다 함께 달착한 공기가 둘 사이를 떠돈다. 누구의 숨결일까 생각해봤자 의미 없는 의문을 떠올리고 만 건 상대의 것 이길 바라는 욕심에서다.
 얼마나 그렇게 세 치 밖에 안되는 살덩이에 오만 감정과 감각을 맡기고 있었을까. 키스만으로는 부족해진 쿠로오가 슬 텐도의 허리를 지분거리며 하복부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잔뜩 성이 난 자신과 달리 작은 사토리는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을 –아예 반응이 없었으면 진짜 울었을 거다- 알고 쇼크를 먹는다. 검은 머리 청년의 혀가 멈추자 비로소 텐도도 키스를 멈추고 이젠 타액의 무미 밖에 느껴지지 않는 쿠로의 혀를 마지막으로 장난치듯 가볍게 건드리곤 떨어진다.

  “잘 먹었습니다~.”
  “에….”

 자신과 텐도의 온도차에 아직도 얼떨떨함을 떨치지 못한 쿠로의 바보 같은 반응에 붉은 눈이 피실 웃더니 쿠로오의 뺨을 가볍게 톡톡 두드린다.

  “화이트 데이 때도 초콜릿으로 부탁해. 난 사탕보다 초콜릿이 좋다.”
  “하? 화이트 데이?”

 아니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 하나 못 받았는데 무슨 화이트 데이란 말인가? 찌푸린 미간에서 쿠로오의 불만을 읽은 텐도가 씨익 웃으며 자신과 쿠로오를 번갈아 손가락질 하였다.

  “줬.”

 먼저 쿠로오를.

  “잖.”

 자신을.

  “아.”

 다시 쿠로오를.

  “…….”

 일련의 동작들에서 텐도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닫고 찌푸린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지만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방심하면 웃어버릴 거 같아 짓는- 찌푸림이었다. 이, 미워할 수 없는 요괴새끼.

  “하아, 진짜…, 그래 알았어. 화이트 데이 때도 초콜릿이라고?”

 저가 반한 건 이런 녀석인 거다. 먼저 반한 쪽이 진 거라는 옛 명언을 떠올리며 주머니에서 초콜릿 상자를 꺼내 텐도에게 건넸다. 꺼내다 보니 다 풀어진 다홍색 리본까지 딸려 왔는데 어차피 이젠 쓰레기다 싶어 가져가려 했지만 그 전에 먼저 텐도의 주머니로 들어가버렸다. 뭐, 텐도가 버려도 상관은 없나.

  “감사하게 먹어라.”
  “그럼~ 음식은 소중히 해야지.”

 진짜 끝까지 쿠로오가 듣고 싶은 말은 뱉지 않는 텐도였다. 쿠로오는 속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체념을 닮은 헛웃음을 뱉었다.

  “그래그래,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텐도지.”

 순간 텐도의 입술이 씰룩거렸지만 워낙 찰나였기에 검은 머리 청년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텐도의 가방에 다홍색 리본으로 만든 스트랩이 달린 건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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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커플을 너무 얕봤어요.
발렌타인용 짤막글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덤볐는데 왜 그 간단한 작업이 진행이 안돼.. ㅇ<-<
그냥 초콜릿 건네고 쭈압쭈압 하고 끝내면 되잖아.. ㅇ<-<
플롯으로 썼던 간단 토막글과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려 저도 심히 당혹스럽습니다. ㅇ<-<

결과 이때까지 쓴 것중엔 젤 길어져 버렸네요.(앞으로 쓸 게 어찌 될진 모르지만
그리고 어쩐지 깔끔한 결론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신다면..
화이트 데이 얘기랑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이것도 쓰다가 보니..
가능한 독립적으로도 괜찮게 보이길 바랍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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